영화 쇼킹패밀리, 그리고 개인적인 가족에 대한 단상들...(2008.5.14)

영화 쇼킹패밀리, 그리고 개인적인 가족에 대한 단상들...

제목 : 쇼킹패밀리
각본/감독 : 경순
제작 : 빨간눈사람 www.redsnowman.com
배급 : 인디스토리 www.indiestory.com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indiestory1998

ㅇ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춤을 추고 울고 웃을 수 있는 한 '식구'
이 영화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가족을 보여주는 안티가족 다큐멘터리이다.
가상의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함께 찍으며 자신들의 이야기, 자신들의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이다.
영화는 웬지 가상의 느낌이 나므로 다큐라고 간단히 말하겠다.
이 다큐에는 이혼을 한 40대 경순과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의 딸 10대 수림, 독립해서 살고 있지만 엄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20대 세영, 이혼하여 아들을 두고 나온 30대 경은이 나오고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남자들인 경순의 남자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입양아 출신 한국 체류 영어강사 빈센트까지.

쇼킹패밀리라고 하는건 지금 이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것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본주의와 가족주의의 포로가 되어 살고 있는 다른 가족들을 말한다.
이 영화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기존의 가족에 대하여 다르게 생각해보고 서로의 개인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가족이 아니라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춤을 추고 울고 웃을 수 있는 한 '식구', 친구로서 동지로서의 '가족'이랄 것이다.
이것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이 가장 처음,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다큐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함께 방안에서 춤추고 노는 장면이라 생각을 한다.

ㅇ 일상속의 이야기, 속내 드러내기
그렇다고 이 다큐가 가족은 이래야 한다는 계몽적인 영화는 아니다.
여기에 나오는 10대, 20대, 30대, 40대 그들의 상황은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일들이고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이야기일 수 있다.
단지, 이 영화를 찍은 이들은 우리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말못하는 벙어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 소통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겪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고 순간순간 고통이 따르겠지만 그것을 꿋꿋하게 버텨내고 살아가고 있다.

이게 소설이나 가상의 내용을 가지고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그들의 일상을 담고 있고 정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았을 것인데 함께 모여서 찍었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소심한 사람이니깐...

또한 입양아 출신 빈센트의 "그렇게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그렇게도 많이 입양을 하느냐"는 이야기가 날카롭게 가슴에 다가왔다. TV에서는 이산가족상봉할때의 그 순간적인 광경만 찍고 주목하는 것처럼 입양아를 데리고와서 그 순간적인 만남의 기쁨과 슬픔에만 날카롭게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것또한 그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행위가 되지 않을까?

ㅇ 함께 춤추며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
계속 딱딱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이 다큐의 분위기는 결코 그렇지 않다.
즐겁고 함께 춤출 수 있고 100% 동감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 그럴 수 있지", "어, 저건 내 이야기이네"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중간중간 재미있는 편집도 많다.
어떻게 보면 산만하게 구성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건 가족이야기를 영화한편에 담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으면서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있다고 한다.

ㅇ 결혼, 가족....
결혼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둘간의 만남은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속으로 들어가는 의미이겠지.
뭐 일단 여기서 사회과학적인 분석은 자제를 하고...

아주 간단하게 생각을 하면 만약 내가 여자라면 난 결혼했다고 남편밥 차리고 애만 보면서 사는거 싫다.
나도 내가 하고픈일 하면서 살고 싶다.
특히 명절때 되면 여자들은 더 짜증나고 스트레스 쌓이지 않는가.
남자들은 열나게 이것저것 먹어대기만 하고 상만 하루에 몇십번씩 차리고.
밤늦게까지 남자들끼리 맥주먹으면서 화투치면서 상내와라, 안주가져와라 난 이런거 싫다.
내가 저렇게 하기 싫기에 나와 결혼해서 살게 된 여자가 저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거꾸로 이런 생각때문에 결혼생각을 하면 짜증날때가 있다.
아주 거창하고 정치적인 것에 대해서는 이것이 옳다고 말을 하고 주장할 수 있는데 기존의 남성중심으로 이루어진 가족관계가 때론 거대한 벽처럼 느껴진다.
남자도 이러하니 여자들은 얼마나 더 심할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 그만큼 실천을 해야하는데 나 스스로도 여러가지 이유를 들이대며 그에 편승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 생활비를 벌어다준다고 하는데 물론 일정하게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가사노동은 지불되지 않는 노동력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돈을 벌어다주고 여자가 집안일을 한다는 표현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틀린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내가 내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빨래를 하려면 빨래방에 가서 돈내고 맡겨야하고 밥도 먹으려면 돈내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우리 어머니의 가사노동에 무임승차하고 있다.
어머니가 빨래하는 동안 이렇게 글쓰면서 마치 고상한냥 노닥거리고 있다.

ㅇ 어머니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나왔으니 생각하면 우리 어머니도 내가 어릴때 아버지한테 맞는 것 많이 보았다.
아버지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셨지만 난 그 어릴때도 정말 아버지가 미웠고 저렇게 살지말고 이혼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 가족들에게는 한번도 이야기를 못해본 비밀이다.
큰 틀에서야 농촌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서울에 올라와 사기를 당하고 술에 찌들어 산 아버지의 삶(우리네 부모님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걸 긍정할 수 없고 지금도 용서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다. 그네들의 삶을 이해해도 난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ㅇ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춤을 추고 울고 웃을 수 있는 한 '식구'
가족이야기는 언젠간 한번은 글을 써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가지 생각이 더 많이 들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이 영화에서 본대로 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기존의 가족이 아니라 "함께 밥과 술을 나누고 춤을 추고 울고 웃을 수 있는 한 '식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춤추며 삶을 즐겁게 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번도 자취도 하지 않고 독립생활을 해본적이 없는데 그 이유중의 하나.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 한가지!
가끔 아무도 없는 산에 가서도 야영을 하고 그러는데 난 밤에 집에 혼자 있으면 귀신생각때문에 잠을 못잔다.
어릴때 보았던 전설의 고향같은 화면들이 가끔 떠올라 나를 괴롭힌다.
아웅~~
난 귀신이 무서워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