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에서 공연을 보고와 (1997.12.02)

드럭에서 공연을 보고와 (1997.12.02)


 문태준


- 노래 이야기

요즘 락이라는 것이 세상에 한창 뜨는가보다. 문화에 무지한 나조차 언 더그라운드 락 공연을보러 다니니. 투쟁가,노동가외에는 몰랐던 내가...어릴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노래 잘 부르다는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알만한사람은 다 안다.요건 타고나는게 있나봐) 중고등학교때 방학때마다 대중가요 노래책을 통째로 다 외웠다. 박자, 리듬 다 무시하고. 그래도 방학동안 열심히 외워 학교 다니는 6개월동안은 열심 히 흥얼흥얼 거리고 다녔다. 덕분에 대학가서도 모꼬지를 가거나 술집에 가서 노래를 부를때면 언제나 끊이지 않는 노래로 메들리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금도 노래는 메들리로 불러야 맛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민중가요를 부르게 되면서 술집에서야 열심히 부르지만 대중가요를 싫어하게 되었고 노래는 민중가요만 불러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관념이 생겼다. 투쟁의 열기가 쏟아오르는 아지와 힘찬 노래. 신나는 민중가요 메들리.


- 락에 대한 관심

군대를 갔다. 물론 널널한 군인이라고 할지야 모르지만 짠밥을 어느정도 먹고 그전에는 별 관심이 없던 천지인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행진곡풍의 투쟁의 정서가 철철 넘치는 노래만 민중가요이고 민중가요에 락을 도입했 다는 것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양한 형식들을 어떻게 우리 것으로 소화해내고 변화발전시키는것이 더 중요한 것이아닐까 하는 생각과 내 스스로 너무 폐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것이 아닌가란 반성이 들었다. 한편으론 군대라는 곳에 갖혀있으면서 저항의 정서를 담은 노래들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락에 관심이 간 것도 있었고 같이 근무하던 놈이 군에 오기전에그룹을 해서그놈으로부터 영향을 받은것도 있다. (제대하기전만해도 사회에서 락이 그렇게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미국에서 락은 1950년대이후 시작되었고 60 년대 미국의 반전운동, 인권운동과 같이 진행되었다고나 할 수있을까. 젊음과 반항을 노래하는 락이 나에게 관심거리가된 것이다. 군대라는 창살 안에 갖혀 있는 나에게 대안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의 위안거리가 되었다.그전에도 민중가요라는 구분과는 상관없이 언더그라운드음악들,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가지고 힘들어도 당차게 버티는 예술인들한테는 관심이 있었다.


- 형식만 도입되는 우리네 음악

서태지가 우리 음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우리 음악에서는 힘들다고 생각되었던 랩을 도입하고 기존의 음악과는 다른 새로운 음악세계를 펼쳐보었고 금새 그들은 대중가요의 우상이 되었고 민중운동권에서조차 관심을 조금씩 가지게 된 것같다. 그런데 실상 TV를보면 우울해지는 것이 있다. 다 비슷한 노래들, 비슷한 리듬. 랩이라는 것도 백인중심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흑인들의 감정들, 그들의 분노와 사회적 소외감을 가지고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음악의 형식이 들어와도 그 내용은 사라져버리고 오직 형식만이 남아버린다. 이제 랩은 대중 문화의 주요한 요소가 되고 댄스음악으로 전락해버리고만 것 같다. 어쩌면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자본주의사회에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지만. 락또한 그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편에서는 일탈의 정서, 반항의 정서를 노래하지만 한쪽에서는 그것이 가진 상품성을 팔아먹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되고 있다. 락도 대중들에게 안겨주기위한 새로운 음악적 상품으로 포장되고 있는 것 같다.


- 드럭에 다녀와

최근 신촌과 홍대의 언더그라운드 공연장을 가끔씩 다니는 편이다. 나로서는 생소했던 염색한 사람들, 귀거리 단 사람들, 대가리 돌리는 사람들.헤드뱅잉이라고 하던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신기로움과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구도 또한 있다. 아직은 머리 돌리는 것까지야 따라하지 못하지만 외쳐대고 소리지르고 미치듯이 열광하는것이 좋다. (제대로 한 것도 아니지만 대학때 풍물패를 했었고 그래도 나름대로 문화패 출신이라고 혼자만 자부하면서 산다. 최루탄 먹으면서 풍물치는게 얼마나 환상적인지, 미쳐야 예술이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말 하면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락 음악에 뿅뿅~ 가서 신중현등 우리나라 락만 부르는 곱창전골이라는 것도보았고 맨발벗고 나와 노래부르던 뭔가 독특한 어어부밴드 공연도 봤다. 이날은 처음 드럭이라는 곳에 갔는데 크라잉 너츠, 위퍼, No Brain이라는 세 팀이 나와서 공연을 했다. 전에 푸른굴 예식장보다는 전반적으로 어렸고 보러 온 사람 들도 어린 사람들이 많았다. 음악이 시작되고 열심히 머리를 흔들어 대는 사람들. 거기온 고등학생정도 되는아이들을 보면서 그들이 과연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경험들이 얼마나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고 돌아가면 다시 평범한 일반 청소년이 되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 뭐라고 단정지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예전에 조용필 보면서 소리를지르듯, 댄스가수들 나오면 소리를 지르듯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몸을 흔들고 열광하는 것이야 그냥 당연한 말이지 이렇게 말을 늘일 필요도 없으리라.


- 락은 저항을 노래하고 있는가 : 자본으로 독립된 문화를 꿈꾸며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저항을 노래하든 세상을 까발리고 있든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들 하고 그들이 하고 싶어 하는 노래 부르면 되는 것이지. 그런데 락을 저항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란 생각이 든다. 오히려 억압되는 현실에 대한 도피도 있을 것이고 그들이 노래하고자 하는 것은 자유가 아닐까 한다. 우리를 억압해오는 저 자본의 굴레를 인식하든 아니든. 오히려 나로선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만들고 모두가 똑같이 노래를 듣고 똑같은 옷을 입는 사회 에서 다양한 문화적 흐름들이 생겨나고 자본과 권력으로 독립된 활동들이 계속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가난한 예술가들 이 대중문화의 거대한 체계에 종속되지 않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말을 할 수 있는 것. 그러나 기본적인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마저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혁의 문제가 그로부터 무관할 것인가란 고민이 든다.

체제내적인 저항과 자유만 인정되는 현 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