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벙개 그리고 츄파춥스에 대한 짧은 단상 (2008.5.6)

PC통신, 벙개 그리고 츄파춥스에 대한 짧은 단상

2008.5.6


어떤 글에 벙개, 츄카춥스에 이야기가 나오니 여러가지가 생각나는군요.


제가 PC통신을 시작한건 91년도였습니다. 국내에 PC통신이 80년대말 시작을 했으니 거의 초창기부터 한 셈이지요.

PC통신을 시작한 계기는 좀 엉뚱한 편이었는데요.

이때야 핸드폰은 커녕 삐삐도 없을 때여서 여자친구와 통화를 해야하는데 집으로 전화걸기도 만만치가 않았지요.

그래서 생각해낸게 PC통신! 이런 희안한(?) 인연으로 PC통신을 처음 시작했답니당.


이 당시는 워낙 통신을 하던 사람들이 적다보니 채팅방에서 만나도(기껏해봐야 채팅방에 10명정도 들어갈수 있던 시절. 거기에 시간제한) 10명이 만나면 10명이서 서로 반갑게 인사도 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없이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이때도 PC통신으로 사람들 참 많이 만났는데요.

위에서 말을 한대로 다른 연락처가 없으니 거꾸로 모르는 사람 만나기가 더 어렵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정확히 몇시 몇분에 어디서 어떤 옷을 입고 손에 뭘 들고 있겠다 그런 식이였지요.


그중에서 한가지가 츄파춥스! 이 사탕물고 어디앞에서 보자 하는 식이였죠.

그런데 재밌는거. 예전의 피카디리극장앞에서도 사람들 많이 만났는데 츄파춥스 물고 벙개로 만났던 형이랑 같은 장소에서 만났지요.

그것도 서로 츄파춥스 물구~~ 후후 얼마나 웃기던지...


언제나 그렇듯이 항상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그때야 덜 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없을수는 없겠죠?

대략 5-6명정도 만나기로 했는데 20-30분이 지났는데도 한 명도 안 오는 거에요.

보통 그당시엔 이렇게 몽땅 늦게 오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요.

그때가 신촌 지하철역이었던듯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쪽팔림을 무릅쓰고 신촌역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혹시 하이텔아니세요?" 했답니다.

(당시 사용했던 PC통신이 하이텔, 지금의 KTH 입니당)

뭐 이런 사람이 있어?? 하는 사람들의 표정들. 후후~ 그걸 물어보는 이 네 마음은 몰라주고~~


그로부터 참 많은 시간이 흘렀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동호회 활동도 하고 이것저것 운영도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PC통신때, 그 시절의 만남이 항상 그립답니다.

인터넷은 누구나 쉽게 가입했다가 금방 떠날 수 가 있지만 PC통신때는 그러지 못하다보니 더 끈적끈적한 정들이 있었지요...


우하하!! 졸지에 "그때를 아십니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