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식코를 보고와서 (2008.4.13)

마이클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 정말 감동깊게 재미나게 보고왔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강력 초강추를 하고 싶네요!!!


2008. 4.13 (일)

준이


1. 미국식 의료체계에 대한 비판

식코에 대한 소개글은 많이 있으니 다시 자세하게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네요.

식코는 미국의료제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적 의료보장체계가 없을 때 그것이 얼마나 큰 재앙인지,

자본과 돈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세상이란게 얼마나 끔찍한 세상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무상의료, 무상교육하면 무슨 빨갱이나 극좌파적인 정책이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것이 결코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사회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정책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돈이 부족하거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어떠한 지향과 가치를 가지냐는 차이이지요.


캐나다의 경우도 무상의료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그 한사람에게 질문하지요. 사회당원이냐고.

그건 아니고 자기는 보수당을 지지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보수당이라고 하더라도 무상의료체계는 당연하게 생각을 하는것이지요.


출산율 문제 요즘 열나게 이야기하는데 프랑스 사례를 보면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 영화에서는 이것까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출산문제, 아이의 보육문제를 한 개인에게, 여성에게 맞겨두어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아이출산을 지원하고 여성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집에까지 방문하여 아이 어머니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아이를 봐주고 빨래까지 지원하는것, 이게 꿈의 나라가 아니라 맨정신이 박힌 곳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것들이지요.


이 영화에서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쿠바의 예가 나왔지요. 쿠바의 무상의료제도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몇번 소개된적이 있습니다.

9.11 테러시 다른 사람을 돕다가 장애가 생긴 사람들을 정작 미국은 외면해버리지만 쿠바에 가서는 거의 무상으로 치료를 받지요.

쿠바가 돈이 넘쳐나서 그러는게 아니라 사회가 어떠한 가치를 지향하는가의 차이입니다.


문제는 이게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책으로 가려고 한답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요?

보험이 안되어있으면 길거리에 갖다버리고 보험이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저것 피해서 회사의 수익만을 높이고 사람이 죽든말든 상관 안하는 사회.

지금 웬만한건 모두들 민영하하려고 하고 있지요.

KT도 이미 민영화되었지만 여기에 전력, 수도, 우편 등등 사회공공성을 가진것들도 모두 민영화를 하려하고 있습니다.


음. 자세하게 소개를 할 필요없다고 해놓고 너무 길게 말을 했군요.

이제 다큐멘터리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지요.


2.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가는 방식

이 영화 2시간 결코 짧은 편은 아니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감독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건 결코 무슨 사회과학서적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즐겁고 명량하게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매순간순간마다 재치와 풍자, 유머가 넘칩니다.

논리에서 이야기하면 귀납식, 미괄식이라고 해야할까요?

어떠한 주제를 던져놓고 하나하나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상식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잘못된 상식을 바꾸어나갑니다.

보험이 안되는 항목을 나열할때는 슈퍼맨(미국식 힘의 논리, 미국과 백인만이 정의의 사도라는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영화중의 하나. 미국은 지구도 돌려 그 역사마저 바꿀수 있다는 오만한 인식!!) 음악과 함께 엄청난 항목들이 나열됩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면 지나치게 계몽적이고 이건 옳으니 따라오시오!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 다큐멘터리는 그러한 감독의 생각을 강요(?)하는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상식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사고의 변화를 가져오는 구조입니다.


3. "그러나 단지 리얼리즘적이기만한 시인 역시 죽어간다."

칠레의 시인이자 사회활동가였던 네루다(중요한건 아니지만 노벨문학상도 수상)의 글중에서 제가 감동을 받은 것중 하나입니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어간다.

그러나 단지 리얼리즘적이기만한 시인 역시 죽어간다."


굳이 따지자면 저는 리얼리즘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아니 리얼리즘보다는 사회적인 것들과 유리가 된, 공상속에만 있는 문화예술을 싫어한다고 하는게 맞겠죠.

그렇지만 예술이란게 무조건 사회적인것들, 사실만을 담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잘 버무려낼 것인가도 중요한 부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식코라는 영화는 영화주제와 함께 그것을 풍자와 해학으로 잘 감싼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우리네 영화인들도, 우리네 문화를 하는 분들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되 그것을 좀더 치열한 예술적 고민과 함께 만든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문화상품만 중요하게 생각하지 문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예끼 썪을 놈의~~